블로그 에세이



이글은 조인스블로거 정주호씨가 쓴 글이며 중앙일보 지면에 났던 글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원글이 있는 블로그는 사라지고 없다.
중앙일보에는 있을것으로 안다.
중앙일보 2007년 10월 19일 (금) 06:03   33면 하부
[중앙일보] 가상 공간을 중심으로 ‘끼리 문화’를 형성했던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이제 기존 언론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단순한 끄적거림이 서서히 일상을 파고들면서 일부 블로거는 ‘블로그 매니어’로 불리게 됐다. 조인스 블로거 정주호씨도 그중 하나다. 정씨는 다 큰 남매의 아버지로서 얼굴 없는 지인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블로그 ‘사랑방(blog.joins.com/zepels)’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의 주역이 된 자신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돌아본 ‘한심하게 된 나를 발견하고’라는 제목의 글을 추려 소개한다.

오늘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 미련한 기계(PC)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반성해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근래에 무엇이든지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말했었다. “인마, 돈이라도 되냐. 뭐 땜에 쓸데 없는 짓 하노. 시간 남거든 낮잠이나 자 둬라. 밤에 계단 내려가다 졸지 말고….” 나는 이랬던 사람이다.

매일 수많은 블로그가 나타난다. 블로그가 하나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지만 잡담이 전부인 곳에 왜 이렇게 많은 분이 열심인지 모르겠다. 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나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본다면 무엇인가 자랑거리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하는 일을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는데 가상 공간에서 숨겨진 자아를 분출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댓글로 보조를 맞춰 가면서 여론의 대세를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설명은 안 된다.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 나 자신에게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생각을 빨리 정립하지 않으면 기계와의 밀착이 중독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아주 끔찍한 일이다.

이제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는 감을 느낀다. 이 미련한 기계와 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하는 사람들, 마케팅하는 사람들, 다들 저마다 목적이 있다. 하지만 블로거는 목적 없이 블로그 활동을 해야 진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아무 목적 없이 문명의 이기인 이 미련한 기계를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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