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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사람사는이야기

예절과 제사(祭祀)의 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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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과 제사(祭祀)의 존속
제사(祭祀) 지내는 날. 어젯밤에는 집사람과 함께 새벽 2시반이 되서 집에돌아왔다. 숙부님 기일이기 때문에 진주까지 가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 형제들과 함께 제사를 모시고 부산까지 돌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집안의 종손으로서 제사 모시는 것에 대해서 전혀 이의없이 오랫동안 해 온 일이며 이일 때문에 멀리 있는 형제들이 일 년에 몇 번씩은 우리 집을 방문한다. 좋게 생각하면 제사 때문에 멀리 떨어저 있는 형제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오는 사람은 바쁠 땐 귀찮기도 할 것이다. 나도 사촌 집에 제사가 있는 날은 멀고 가까운 걸 떠나서 방문한다. 

후손으로서 조상을 기리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서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조차 싫은 사람이다. 우리 세대에서는 나와 같은 생각으로 형제들이 모이곤 있지만 잠시 생각해 보면 거기 모인 형제들 대부분이 나를 포함해서 환갑을 넘긴 사람들이다. 칠순을 넘긴 분도 있다. 

따라서 넉넉히 잡아서 20년 정도 후에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그 주역들은 나의 자식 세대인 내 아들과 내 조카들인 것이다. 걱정 안 해도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있다고 하며 전혀 걱정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한창 일하는 우리의 다음 세대 젊은이들은 나처럼 멀리 친척 집에 제사 지내러 한밤중에 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조상님들로부터 대대로 해 왔던 관습인 이 유서깊은 행사를 나의 대에서 접을 수는 없다는 책무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내가 죽고 난 후에 저희들이 어떻게 하든 나는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내가 이 일을 축소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못 먹고 살아서 제사 지내는데 드는 돈이 아까운 것도 아니고 조상 님들께 정성껏 제사를 지내며 동기간에 우애도 깊어지는 이 행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곧 산소를 돌보는 일과도 연계된다. 내가 사랑하던 나의 부모님 산소에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봉분이 다 깨 없어지는 불상사를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지만, 만약에 후손들이 조상을 봉안하는 행사를 하기 싫어서 그만둔다면 이렇게 되는 일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이다. 

우리 부부는 가끔씩 이 일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 형제 중에서도 연장자는 이 일에 대해서 나름대로 복안을 세우는 듯하지만 그럴 듯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것은 수많은 형식에 따라서 그것을 지키며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좋든 나쁘든 그 긴 세월을 꾸준히 해 오던 우리의 가치관이 갑자기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 민족마다 그들의 고유한 관습은 있으며 그걸 지키려고 애를 쓰며 산다. 

때로는 종교나 신앙 같은 의미로 보존되기도 하며 또 그것에 상충되어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적어도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은 표현하는 방법과모습만 다를 뿐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하나의 방법으로 이 중요한 일을 유구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나의 다음 세대에게는 부하가 좀 가벼워 지도록 하고 싶다. 

어차피 다음 세대에서는 친척동기들이 지금처럼 한꺼번에 모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개인들이 혼자 이 행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들이 함께 제삿날을 어떤 방법으로 배려해 준다면 상당한 부하를 덜어주어 업무 능율도 유지하며 개인들의 관습을 지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시니어리포터 정주호>
http://www.yourstage.com/newsinfo/cultureview.aspx?thread=79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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