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인생 환절기
오래전에 운영하던 업체를 건강상 이유와 겹치는 어떤 문제 때문에 남에게 넘기게 되어 이상한 모양새로 은퇴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은퇴라는 단어 자체를 써 보지도 않았으며 나 자신이 은퇴한다는 생각도 해 본적없이 살았었지요.
운영하는 업체는 내 것이고 내가 죽기 전엔 그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은퇴 같은 걸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일터를 물러나야 하는 일이 발생했고 현장에서 완전히 떠났습니다.
떠난 후 한 동안은 여유롭고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 하느라 미처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많은 재미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상은 살 만했고 나도 이런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구나 생각하며 카메라를 하나 사서 구경도 다니면서 잊고 살았던 사람들도 만나고 각종 모임에도 얼굴을 내밀며 몇 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보냈습니다.
집사람은 내가 이렇게 즐거워하며 노는 것을 보고 기분 상하는 말을 하지 않고 잘 배려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조금씩 나빠졌으며 불특정 시간에 활동하는 어떤 일이 내게 약간의 수익을 가져다 주기는 했지만, 그게 고정적인 수익도 아닐뿐더러 액수 또한 별것 아닌데도 부풀려서 과장되게 말하며 스스로를 속이곤 했습니다.
그렇게 불규칙한 생활이 몇 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왔습니다. 그전까지는 건강이 비교적 좋았고 따라서 체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나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방심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생활이 나태하고 불규칙해지며 제때 맞춰서 식사를 하지도 않고 음식의 종류도 날마다 다르게 먹고 다닌 결과 몸에 이상이 왔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어지럼증이 그리 심각한 것인 줄 전혀 몰랐습니다. 시간이 감에 따라서 상당한 문제를 동반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갖가지 깊이 있는 검사를 받게 되면서 우리 나이에 일어나는 건강상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령자들이 몸이 안 좋아지면 몸의 여기저기서 동시에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도 알 게 되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입원도 해야 했고 여러 가지 이름도 처음 듣는 검사도 했습니다. 겁이 덜컥 나고 고민에 빠진 후 결정한 것으로 늦기는 했어도 건강을 먼저 찾아야 하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피운 담배도 끊었으며 자만하고 게을리하던 운동을 시작했고 산을 다니면서 걷기도 동시에 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동행자들로부터 뒤처지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상대적 체력의 열등을 겪어보고 난 후에 거짓말이나 뻥튀기로는 감출 수 없는 형편없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과장된 표현으로 쉽게 말했던 작은 산행에서도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입에 거품을 물면서 50m도 못 가서 쉬고 또 쉬는 나를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나의 형편없는 체력을 공개적으로 망신당하며 인정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열등한 체력으로 불규칙한 나의 은퇴생활은 방향도 없고 목표도 없이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표류하는 중에 건강까지 함께 표류했던 것입니다.
물론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천천히 조급하지 말고 규칙적인 운동을 반드시 병행해서 건강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과거에 연봉을 얼마를 받았든 잊어버리고 새 세상을 겸허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을 저는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제는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 젊었을 때와 같이 거뜬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면 하던 일을 재빨리 접고 건강회복에 올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신불공릉
<신불산 공룡능선을 타는 사람들>
다행히 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산에 다니며 체력단련에 올인했고 성공한 케이스로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산행으로 몸을 단련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산행으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50m도 못가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근교 산 범어사에서 고당봉 가는 코스를 4시간이나 걸려 올랐던 나는 이제는 1시간 정도면 오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자랑도 아니고 자만도 아니며 체력을 회복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3년 정도 한 후에 얻은 귀한 건강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삶을 산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되찾은 건강으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
어떤 이유에서 현장을 떠났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제 그 현장에 대한 미련은 완전히 버리고 과거에 얼마를 벌었건 아무 소용없는 일이며 적은 돈에도 만족하는 자세로 즐겁게 운동 삼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퇴라는 것을 처음 맞이하는 큰 변화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했었지만, 준비되지 않고 느닷없이 다가온 은퇴가 나태로 이어지고 건강까지 해치는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겪은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한때 무한경쟁 속에서 전쟁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현장에서 한 세대를 살아남은 사람들 아닙니까?.
이제는 같은 연배의 사람들과 경쟁 관계가 아닌 동질성으로 서로 의지하며 새로운 시대를 사는 동행자로 만나고 있습니다.
잠시 입원하여 느낀 것은 나 하나가 누워 있음으로써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가족에게 입힌 사실을 철 늦게 알게되었습니다.
이제는 계획적으로 시간을 나눠서 산행도 하고 걷기도 하며 어렵게 회복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함부로 살지 않으려 다짐하며 몇 푼 버는 것보다 아프면 대량으로 까 먹는다는 것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갑자기 백수의 계절로 바뀌는 환절기에 인생 독감에 걸려서 호되게 홍역을 치른 저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 땅의 실버님들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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