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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사람사는이야기

누가 6.25를 함부로 말하는가 (1)

 

 

순간에 모든것을 체험한 그 때 그 무서웠던 경험.



누가 6.25를 함부로 말하는가

우리집 모퉁이에는 언덕아래 굴을 파고 굴위에는 솔가지와 짚으로 위장한 널직한 땅굴이 있었다.
가족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넓이 이지만 어린 내가 봐도 천정이 낮으막 했다.

입구는 발 부터 먼저 밀어 넣고 미끄러 지듯 들어갈수 있는 작은 구멍으로 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위로 있는 누나 둘과  나는 거길 들락 거렸고 컴컴한 그곳을 자주 들락 거리다가 익숙해 질 때에는 스스로 가끔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때도 있을 만큼 우리집 공간의 일부로 생각 할때 쯤에..


어느 오전에 집옆 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고 말리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 나간 나는 한번도 보지 못한 건장한 모습의 군인들이 말탄 집단을 앞세우고 집 뒷산 고갯길로 부터 끝없이 내려오고 있었다.


어린 내가 볼때 앞도 할 만큼 큰말과 그위에 번쩍이는 긴 신발을 신고 당당하게 걸터앉은 위엄있는 군인들을 바라보고 완전히 겁을 먹었다.


어린 나는 이 위엄있고 당당한 군인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우리편이나 남의편을 분간할수 없었던 것은 순경 말고는 제복입은 사람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총을 메고 무장한 군인을 본것이 이때가 난생 처음이었다.

모퉁이를 돌아서 우리동네의 윗집부터 차례대로 군인들은 들어가기 시작했고 우리집도 물밀듯이 들어와서 군인들은 마루며 방이며 축담까지 드러눕고 그들이 타고온 말들은 마루밑의 감자를 마구 먹어 치우는 와중에 ...


아직은 딸 때가 좀 이른 우리 앞마당 의 배나무 몇그루에 봉지 쌓인 배를 그들은 따 먹어 버린다.
그 엄한 우리 집의 대장인 할아버지께서 꼼짝도 못하고 아무말도 못하시는 것을 나는 보았다.


지금은 그 때가 지난지 60년이 더 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상대가 될 만큼 전쟁의 공방전이 있는 상태가 아니고 그냥 느닷없이 우리동네에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정신없는 하루가 반쯤 지나는 오후 해걸음 쯤에 ..

우리집 뒤 대밭에 있는 큰 밤나무 두 그루가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큰 소리와 함께 꺄각칵찌익 하면서 쓰러젔다.
곧 작은 총소리도 요란했다..


하늘높이 나르던 비행기만 본 나는,
그 그림자가 우리집 마당을 다 덮을 만큼 크게 그려지고 땅에 닿을듯 낮게 날며 번개같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마당에는 규칙적으로 줄을 쭉 그리듯이 구멍이 뻥뻥 뚤리면서 빠바방방 소리가 남과 동시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나면서 집옆에 있는 작은 연못의 뻘과 물과 온갖 물풀과 쓰레기까지 하늘높이 치솟았고 ,


곧 폭포수가 쏟아지듯 우리집 마당과 지붕과,
언제나 어머님께서 깨끗이 닦고 또 닦든 장독대 까지 완전히 덮어 버리면서 가장 큰 장독이 소리내며 벌어지고 간장 냄새가 진동하며 눈앞에는 고양이 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인민군(당시에그렇게불렀다)들이 눈깜작할사이에 어디론지 사라지고 우리집은 겁먹은 어머니와 누나가 보이며 사랑채 쪽에서 할아버님의 기침소리와 함께 괜찬나 ? 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듯 했다.


차례대로 들리는 비행기 소리에 이제사 나는 머리를 대밭의 작은 풀대숲 밑에 처밖고 궁둥이는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를 얼마나 취했는지 모를때쯤,

어머니가 나를 낚아채어 큰방의 시렁밑에 이불로 둘러쒸우고는 꼼작도 하지말라는 무서운 명령을 내리시고 밖을나가셨다.

그리고 지금 그때를 상기해 보면 그 무서웠던 일들이 다시는 없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2012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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